신용회복경험담

2025.05.28 14:09

워킹맘 간호사의 개인회생 이야기

  • 최고관리자 오래 전 2025.05.28 14:09
  • 7
    0

1. 도입부: 아이들과 함께한 평범한 나날

저는 36세,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입니다. 남편과 두 아이, 초등학교 2학년 큰아들과 유치원에 다니는 둘째를 키우며 바쁘지만 보람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교대근무에 시달리는 일이 많았지만, 가족을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이 있었죠.

아이들에게만큼은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큰아이의 조기 유학을 계획했습니다. 아이의 영어 실력도 좋았고, 주변에서도 “지금 아니면 늦는다”는 말들이 자꾸 들리니, 저희 부부는 결국 결정했습니다. 미국 현지 어학연수와 단기 체류 과정으로 시작한 유학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들어갔습니다.



 

2. 전개: 무너지는 가계, 늘어나는 카드값

처음엔 준비한 자금으로 충당했지만, 금세 부족해졌습니다. 현지 체류비, 교육비, 생활비 등 예상치 못한 지출이 계속됐고, 결국 은행 두 곳에서 교육 목적 대출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부족한 부분은 카드로 돌려 막았죠.

4년 동안 그렇게 쌓인 빚은 어느새 8천만 원에 달했습니다. 월급은 대부분 대출 이자와 생활비로 빠져나갔고, 아이들 교육비는 여전히 줄일 수 없었습니다.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리볼빙, 모든 수단을 동원했지만, 돌이켜보면 계속 자라는 눈덩이를 두 손으로 막고 있었던 셈입니다.

몸도 점점 망가졌습니다. 야간 근무 뒤 두세 시간 자고 다시 일어나 아이들 학원 데려다주고, 집안일 하고… 하루 24시간이 모자랐습니다. 마음도 지쳤고, 한 달이 끝날 때마다 “이번 달도 어떻게든 버텼다”고 생각하며 눈물을 삼켰습니다.




 

3. 위기: 아이 앞에서 눈물 흘린 날

결정적인 순간은 큰아이가 “엄마, 나 다음 학기엔 돌아올까?”라고 묻던 날이었습니다. 그 말이 어찌나 마음을 아프게 찌르던지… 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눈물만 흘렸습니다. 그날 밤, 거실에 혼자 앉아 남편과 처음으로 현실적인 대화를 했습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우리 둘 다 무너진다.”

며칠 후, 지인에게 조심스럽게 상황을 털어놓았고, 그분이 “개인회생”이라는 제도를 소개해줬습니다. 처음엔 ‘우리가 그럴 정도로 망한 건가?’ 싶었지만, 차근차근 알아보면서 ‘이건 포기가 아니라 회복’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상담을 받으러 가던 날, 긴장과 죄책감, 창피함이 뒤섞여 있었어요. 하지만 상담사는 덤덤하게 제 상황을 받아들여 주었고, 그 순간 저는 처음으로 숨을 편하게 쉬었습니다.



 


4. 해결: 회생이라는 새로운 숨통

상담부터 법원의 인가 결정까지 약 5개월 정도 걸렸습니다. 저는 고정적인 수입이 있고, 양육 중인 자녀도 있으니 법원에서는 이 부분을 고려해 월 49만 원씩 3년간 상환하는 변제 계획을 인가해주었습니다. 총 1,764만 원을 갚고, 나머지 약 6,200만 원은 탕감되는 구조였죠.

법원에 출석해 제 상황을 설명하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워킹맘으로서, 그리고 간호사라는 직업의 자부심이 컸던 저로선 자존심을 내려놓는 일이었거든요. 하지만 판사님은 제 상황을 진지하게 들어주셨고, 저는 눈물을 참으며 있는 그대로 설명했습니다.

가장 어려운 건 감정의 기복이었습니다. “내가 실패한 엄마는 아닐까?”, “아이들 앞에 떳떳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죠. 하지만 그럴 때마다 “지금이라도 책임지기로 한 선택이 진짜 어른의 자세야”라고 제 자신에게 말했습니다.




 


5. 결말: 다시 아이들의 웃음을 보며

지금은 변제 1년 차입니다. 월급에서 빠져나가는 돈은 크지만, 예전처럼 카드값 걱정은 없습니다. 빚 독촉 전화도 더는 오지 않고, 마음의 여유가 조금씩 생기고 있어요. 아이들과 웃으며 이야기하는 시간도 늘었고, 남편과의 대화도 더 솔직해졌습니다.

큰아이는 한국에 돌아와 적응 잘하고 있고, 둘째는 언제나처럼 저에게 안기며 “엄마 최고”라고 말해줍니다. 저는 더 이상 완벽한 엄마가 되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대신, 진짜로 아이 곁에 있고, 진심으로 사랑을 전하려 합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저처럼 아이를 위해 모든 걸 쏟아붓다가 빚에 눌리신 분이 있다면,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개인회생은 당신을 실패자로 만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당신의 삶을 다시 회복하게 해주는 ‘기회’입니다. 힘들겠지만, 절대 혼자 끙끙 앓지 마세요. 도움을 청하는 것도, 엄마이자 사람이 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선택입니다.




 


  • 공유링크 복사
f4ef6bc265ef7fc56fa0f5a11421a9e3_1744615509_2165.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