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입부: 은퇴 후의 잔잔한 일상

62세, 저는 평범한 퇴직자입니다. 공기업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하고 정년퇴직한 후, 생활비를 벌기 위해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성인 자녀 셋은 각자의 길을 걷고 있고, 아내와는 조용하고 단정한 노후를 꿈꾸며 살고 있었죠.

퇴직금은 그동안의 수고에 대한 보상이자 우리 부부의 마지막 든든한 울타리라고 생각했습니다. 하루하루 큰 욕심 없이, 건강만 유지하며 지내면 그걸로 충분하다 여겼죠. 그러나 한순간의 선택이 우리의 노후를 흔들어놓을 줄은 몰랐습니다.

2. 전개: 아들을 향한 기대와 현실의 차이

막내아들이 가수 연습생으로 들어가겠다고 했을 때, 처음엔 반대했습니다. “그 나이에? 이제 취직해야 하지 않겠냐” 했지만, 아이는 진심이었습니다. 결국 부모 된 마음에 뒷바라지를 시작했죠. 처음 1~2년은 학원비, 장비비, 오디션 비용 등을 퇴직금에서 충당했습니다.

하지만 데뷔는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고, 4년이라는 시간 동안 활동비와 생활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월세, 교통비, 영상 촬영비용까지 합치니 어느새 3,900만 원의 빚이 생겼습니다. 카드사 한 곳에서 한도를 늘리고, 부족할 땐 아내 몰래 큰아이에게도 돈을 빌렸습니다.

아들은 결국 데뷔하지 못했고, 나이 제한 때문에 기획사에서도 외면받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는 자책했고, 저는 말은 못 했지만 속이 타들어 갔습니다. 스스로 “내가 아이 인생 망친 건 아닐까” 하는 죄책감도 들었고요.

3. 위기: 더 이상 감출 수 없던 현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큰아이에게 “당분간 아빠한테 돈 갚기 어렵다”고 말한 그날이었습니다. 자식한테 진 빚을 갚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조차 지킬 수 없게 된 거죠.

몇 달간 고민했습니다. 개인회생이라는 제도에 대해 들은 적은 있었지만, 제 나이에, 제 위치에서 그걸 신청한다는 건 자존심이 너무 상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래도 가족의 눈치를 보며 하루하루 연체되는 카드 대금을 마주하고 있을 순 없었습니다.

결국 아내에게 처음 상황을 털어놨고, 다행히 큰소리는 내지 않더군요. “어차피 우리가 같이 한 결정이었잖아. 이제부터 다시 생각해보자”는 말에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주, 상담을 받으러 갔습니다.

4. 해결: 다시 한번 마주한 책임의 무게

개인회생 절차는 생각보다 정교했습니다. 상담을 받고, 서류를 정리하고, 법원에 접수하기까지 약 4개월 정도 걸렸습니다. 제 수입, 지출 내역과 함께 가족 간의 사금융 채무도 자세히 설명해야 했습니다.

법원에선 제가 현재 경비원으로 받고 있는 월 소득과 생활비를 감안해 월 22만 원씩, 총 3년간 갚는 변제계획을 인가해주었습니다. 아내와 저는 인가 결정을 받고 나오는 길에 조용히 손을 꼭 잡았습니다.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 듯했죠.

변제 초반은 쉽지 않았습니다. 수입이 많지 않기 때문에 병원비나 경조사 같은 갑작스러운 지출은 큰 부담이 됐습니다. 그래도 외식은 줄이고, 매일 도시락을 싸 다니며 차근차근 계획대로 갚아가고 있습니다.

법원 출석 당시 “본인의 책임이 아닌 실패도, 사회는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도와줍니다”라는 판사의 말씀이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그 말이 제겐 위로가 됐고, 다시 시작할 힘이 됐습니다.

5. 결말: 나이는 숫자일 뿐, 희망은 계속된다

현재 변제는 1년째 진행 중이고, 매달 성실하게 납부하고 있습니다. 채무가 줄어든다는 작은 성취감이 삶의 활력이 됐습니다. 아내와의 관계도 더 단단해졌고, 아이들과도 솔직한 대화를 나누게 됐습니다. 막내는 지금 직장 생활을 시작했고, “아빠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해주더군요.

이제는 노후를 다시 설계하고 있습니다. 경비원 일이 힘들긴 하지만, 제가 건강할 수 있는 한 버틸 수 있습니다. 돈보다 중요한 건 마음의 평안이라는 걸 이제야 조금씩 알 것 같습니다.

혹시 저처럼 가족을 위해 빚을 지고 고민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개인회생은 실패가 아닙니다. 다시 설 수 있게 도와주는 제도입니다. 혼자 끙끙 앓지 마시고, 꼭 전문가와 상의해 보세요. 인생은 나이와 상관없이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