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회복경험담
다시 그린 인생, 다시 그리는 그림
- 최고관리자 5일 전 2025.08.08 14:36
-
6
0
1. 도입부: 평범하지만 치열했던 나날들 (약 15%)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한 지 벌써 6년째입니다. 대학 졸업 후 곧바로 프리랜서의 길을 택했고, 처음에는 일이 없어서 편의점 야간 알바를 병행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그림 그리는 게 너무 좋았기에 버틸 수 있었죠. 조금씩 클라이언트가 생기고, 책 표지나 모바일 게임 캐릭터 디자인 등의 일을 맡으며, 하루 12시간 이상을 작업에 몰두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제 꿈을 으며 살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2. 전개: 잘해보고자 했던 선택, 그리고 그 무게 (약 25%)
문제는 동생의 유학이었습니다. 부모님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기에, 제가 학비와 생활비를 도와주기로 결심했습니다. 미국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겠다는 동생의 열정을 꺾기 싫었고, 저 역시 꿈을 는 입장에서 그 마음을 너무 잘 알았거든요.
처음엔 신용대출로 시작했습니다. 은행 두 곳에서 총 4천만 원가량을 빌렸고, 카드사에서는 현금서비스와 리볼빙으로 추가 비용을 충당했죠. 그렇게 4년 사이, 채무는 어느새 8천만 원으로 불어났습니다.
일감은 들쑥날쑥했고, 팬데믹 기간엔 클라이언트 절반 이상이 프로젝트를 취소했습니다. 일은 줄고 이자는 불어나고, 카드값 마감일만 다가오는 날들이 반복됐습니다.
3. 위기: 버티던 마음이 무너졌던 순간 (약 20%)
결정적인 순간은 동생이 졸업하던 날이었습니다. 줌으로 졸업식을 보는데, 너무 감격스러우면서도 마음 한 켠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어요. "이제 내 빚은 어떻게 갚지?" 그날 이후, 밤마다 잠이 오지 않았고, 머릿속에는 ‘파산’, ‘신용불량자’ 같은 단어만 떠올랐습니다.
한동안 상담을 받을까 말까 고민만 하다, 결국 지인의 소개로 법률 상담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상담 받으러 가는 날, 창피함과 불안함에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어요. "이게 끝은 아니겠지"라는 마음 하나로 문을 두드렸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응원해줬지만, 몇몇은 "그런 건 하면 안 되는 거 아니야?"라며 색안경을 끼기도 했습니다. 그럴 땐 그냥 웃고 넘겼어요. 내 인생을 사는 건 나니까요.
4. 해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 (약 25%)
상담부터 인가까지는 약 4개월이 걸렸습니다. 서류 준비, 소득증빙, 채권자 목록 정리 등 할 일이 많았지만, 꼼꼼히 하나씩 처리했습니다. 법원에 출석한 날엔 온몸이 굳은 듯 긴장했지만, 판사님의 진중하고 이해 있는 태도에 조금씩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개인회생 인가를 받을 수 있었고, 변제 계획은 월 42만 원씩 3년간 상환하는 것으로 결정됐습니다. 예전처럼 이자에 치이는 삶은 아니었지만, 매달 꼬박꼬박 납부해야 한다는 책임감은 여전히 무거웠습니다.
가끔은 작업료가 밀려서 납부일에 맞추기 어려운 때도 있었지만, 미리 저축하고, 부업도 하면서 어떻게든 버텼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소비 습관’이었습니다. 이전에는 불규칙한 수입 속에서 무심코 카드부터 꺼냈지만, 이제는 지출 하나하나 꼼꼼히 따져보게 되더군요.
5. 결말: 빚이 아닌 그림으로 채우는 내 미래 (약 15%)
지금은 변제 2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매달 정해진 금액을 납부하면서도,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사람들과 협업할 수 있는 나날이 너무 소중합니다. 과거엔 ‘빚’이란 단어에 눌려 살았지만, 이제는 ‘책임’과 ‘기회’라는 단어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저처럼 불안정한 프리랜서 환경에서 고립되는 예술가들을 위한 정보나 사례 공유에도 참여하고 싶어요.
혹시 이 글을 보는 분 중에서도, 빚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절대 혼자 끙끙 앓지 마세요. 도움을 청하는 건 절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용기 있는 선택입니다.
저는 제 삶을 다시 그리는 중입니다.
그리고 그 그림에는, 어두운 과거 대신 희망이 점점 더 짙게 채워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