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회복경험담
내 그림으로 먹고살던 나날들
- 최고관리자 오래 전 2025.07.0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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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입부: 내 그림으로 먹고살던 나날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한 지 벌써 6년째입니다. 20대 중반, 아무 연줄 없이 그림 하나 믿고 시장에 뛰어들었고, 처음 몇 년은 정말 고생도 많이 했죠. 하지만 SNS를 통해 점차 의뢰가 늘었고, 캐릭터 디자인, 웹툰 단편 작업 등으로 월 200~250만 원 정도는 꾸준히 벌게 되었습니다. ‘내 손으로 번 돈으로 생활한다’는 자부심에 뿌듯함도 컸습니다.
혼자 살면서 아끼며 살면 충분히 가능한 수입이었고, 그림을 그리고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했죠. 그때까지만 해도, 주식이란 게 이렇게 제 삶을 뒤흔들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2. 전개: 작은 수익에서 시작된 큰 착각
처음엔 친구의 권유로 주식 앱을 설치했습니다. 당시엔 주변에서도 “20~30대도 재테크는 필수”라는 분위기였고, 유튜브를 통해 공부도 했습니다. 소액으로 시작했는데 운 좋게 수익이 났고, 점점 욕심이 생기더군요. 결국 CFD(차액결제거래)나 신용매수 등 레버리지를 이용해 더 많은 자금을 운용하게 됐습니다.
문제는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시장이 움직였을 때부터였습니다. 갑작스러운 폭락장에서 손절하지 못하고 버티다 반토막이 났고, 추가 증거금 납부 요구에 카드론과 저축은행 대출까지 끌어 썼습니다. “다시 오르면 회복되겠지”라는 근거 없는 희망이 부른 결과는 2년여 만에 9천만 원에 달하는 빚이었습니다.
증권사 2곳에서 마이너스 4천5백만 원, 카드사 리볼빙과 단기대출 2천만 원, 저축은행 대출까지 더해져 매달 이자만 60~70만 원이 나가던 시기였습니다. 그마저도 갚지 못해 연체가 발생하고 신용도는 바닥을 쳤습니다.
3. 위기: 현실을 직면했던 순간
결정적인 계기는 거래 중이던 증권사로부터 받은 '신용거래 정지 및 강제청산 안내' 문자였습니다. 그날, 모니터를 멍하니 쳐다보며 ‘이제 정말 끝났구나’ 싶었습니다. 일러스트 의뢰도 줄어들고 있었고, 생활비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마음은 매일 무너져갔습니다.
고민은 약 두 달간 계속됐습니다. “내가 이 상황을 법적으로 인정받아야 할 만큼 망가졌나?”라는 자책, 그리고 “이 상태로는 진짜 파산하겠구나”라는 현실이 머릿속을 오갔죠. 결국 가까운 지인에게 조심스레 털어놓았고, 그 친구가 “지금 중요한 건 손해를 줄이는 거지, 자존심이 아니야”라고 말해줬습니다. 그 말이 큰 위로가 됐습니다.
상담실 문을 열던 날, 정말 떨렸습니다. ‘이게 나한테 해당될까?’ 하는 걱정부터 ‘불이익은 없을까?’ 하는 두려움까지. 하지만 상담사는 구체적으로 절차와 가능성을 알려줬고, 내 상황에서도 회생 신청이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처음으로 한숨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4. 해결: 다시 설 수 있는 제도, 개인회생
상담 후 서류를 준비해 접수했고, 법원 개시 결정까지는 약 두 달이 걸렸습니다. 이후 4개월 후 인가 결정을 받았고, 총 소요 기간은 약 6개월이었습니다. 인가받은 변제계획은 월 32만 원씩 3년간(36개월) 갚는 조건이었습니다.
법원 출석은 긴장됐지만 형식적인 질문과 진술 확인이 주였고, 특별히 불리한 상황은 없었습니다. 다만 자료 준비 과정에서 소득 입증이 어려워 일부 의뢰서류나 계약서들을 따로 준비해야 했습니다. 이 부분이 조금 번거로웠지만, 결국 무사히 통과됐죠.
가장 큰 변화는 '정리된 삶'입니다. 이전엔 빚을 돌려막기 위해 불안한 하루하루였지만, 지금은 매달 정해진 금액을 변제하면서 계획적으로 지출하고, 다시 그림 작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카드는 해지하고, 교통비나 식비도 예산 내에서만 사용합니다.
5. 결말: 그림을 그리고, 다시 꿈을 그리다
이제 개인회생 10개월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아직도 변제 중이지만, 이전처럼 빚에 쫓기지 않고, 하루를 계획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자유인지 새삼 느낍니다. 프리랜서 플랫폼에서도 새로운 의뢰가 조금씩 들어오고 있고, 소규모 전시회를 목표로 작품을 준비 중입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단순합니다. 지금처럼 성실하게 남은 금액을 갚고, 다시는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는 것. 그리고 언젠가는 내 이름을 건 아트북을 출간하는 것. 이젠 ‘현실적인 꿈’을 꾸고 있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이 저처럼 주식 실패로 절망하고 있다면, 꼭 전하고 싶습니다. 개인회생은 도망이 아니라 재정비입니다. 자책하지 말고, 상황을 받아들이고, 도움을 요청하세요. 저처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길이 분명히 있습니다.